노재헌 원장, "영화교류로 한·중 관계 가교 역할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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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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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A33면 TOP
매일경제 홍장원 기자
입력 : 2016-09-18 17:26:33 수정 : 2016-09-18 20:44:22
노재헌 한중문화센터 원장 롯데시네마 손잡고 中영화 전용 상영관 열어
中영화 점유율 0.1% 그쳐…일상 녹아 있는 영화 통해 양국간 신뢰 쌓을 수 있어

"한·중 관계가 요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어요. 이럴 때일수록 서로에 대해 깊이 아는 게 중요합니다. 영화만큼 일상의 삶을 날것으로 보여주는 콘텐츠가 또 있을까요. 양국 간 영화 교류가 활성화하면 신뢰도 저절로 쌓일 거라고 확신해요. 어떤 말이나 행동이 나온 맥락을 서로 이해할 수 있거든요." 지난달 롯데시네마와 손잡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중국 영화 전용 상영관을 연 노재헌 한중문화센터 원장이 밝힌 속내다.
그는 "중국에서 1년에 800여 편 영화가 쏟아지는데 지난해 한국에 소개된 영화는 고작 40편에 불과하다"며 "관객 수 기준으로 점유율이 0.1%에 그쳐 한국은 중국 영화 불모지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 전파력이 강한 영화라는 매개로 중국을 더 이해하자는 취지로 중국 영화 전문 상영관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96석 규모의 넓지 않은 상영관에는 매월 8~10편의 엄선된 중국 영화가 하루 7회 올라간다. 영화감독을 초청하는 특별 이벤트를 만들어 주목도를 높일 계획도 있다. 다음달 말까지는 장이머우를 비롯한 중국 거장 영화가 관객을 만난다. 1988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며 공리라는 배우를 세계적 반열로 끌어올린 '붉은 수수밭'이 대표적이다.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유명한 영화를 우선 틀기로 했어요. 저변을 확대하면서 덜 알려진 최신 영화도 소개할 예정입니다. 방학 때는 중국 애니메이션도 상영하고요."
이를 통해 한국 영화도 중국 현지에서 세를 불릴 수 있다고 노 원장은 설명한다. "중국에서 한 해 60여 편의 영화를 수입하는데 대부분이 할리우드 영화입니다. 한국 영화는 1년에 고작 2~3편 정도죠. 한국에서 중국 영화가 반향을 얻으면 중국 내 한국 영화 쿼터도 덩달아 올라갈 겁니다. 영화를 주고받으며 쌓이는 교류의 시간은 양국 우호 증진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고요."
노 원장은 "단순한 영화 교류 차원을 넘어 양국 영화인이 교류하며 합작품을 만드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게 진짜 목표"라며 "한국과 중국이 '아시아 문화를 세계화'하는 발판으로 영화를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큰 시장과 자본, 한국의 발전한 영화 인프라스트럭처가 손잡으면 글로벌로 나갈 길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중앙정부 산하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 지원을 받아 관계를 공고하게 할 밑바탕을 마련했다"며 "일시적 협력을 넘어 장기적 비전이 담긴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배우 안성기, 한·중 합작영화 만추를 제작한 이주익 보람엔터테인먼트 대표, 영화 전문가 임대근 한국외대 교수 등 내로라하는 우군을 확보한 것도 큰 판을 벌이겠다는 목표가 있어서다.
노 원장은 잘 알려진 대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노 전 대통령은 1992년 중국과 국교를 맺고 북방외교의 정점을 찍었다.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한 2012년 노 원장이 한중문화센터 설립을 주도한 것은 운명이었다.
노 원장은 "한국 것을 중국에 어떻게 보낼까에 대한 고민만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일방적인 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중국인의 삶이 녹아 있는 진짜 문화를 한국에 소개해야 쌍방 교류를 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가 2년여 전 중국 사천요리 전문점 '연화방(蓮花坊)' 한국 상륙에 가교 역할을 한 이유다.
"홍콩에서 변호사 생활도 하고, 중국을 자주 드나들었는데 양국 교류가 양적으로는 팽창했지만 질적으로 미흡하다는 아쉬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작은 시도가 더해지면 관계가 좀 더 단단해질 수 있겠지요. 한국과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잖아요."